가을은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울긋불긋 단풍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많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가을을 즐기고자 등산, 캠핑, 마라톤 등 야외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길을 나섰다가는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무리해서 걷거나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족부 질환인 족저근막염이 생길 수 있다.
가을산행, 마라톤 즐기는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족저근막염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족부 질환이다. 발바닥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막인 족저근막은 몸무게를 지탱하고 균형을 잡아준다. 또한 몸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을 견디는 부위로,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무리한 걷기 운동이나 등산과 같은 야외활동으로 발바닥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면, 족저근막이 붓는 종골 부위에 염증이 발생한다. 족저근막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되면 근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에 변성이 일어나 발바닥 일부 또는 전체에 통증이 유발된다. 흔히 발바닥 뒤쪽에서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를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환자는 2012년 13만 8,583명에서 2020년에는 25만 829명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가운데 50대가 26%로 가장 높고, 40대(19.5%), 60대(18.9%)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의 수가 1.3배가량 더 많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족저근막염 증가추세가 국민체육활동 참여율과 비슷한 추세를 그린다는 점이다. 국민체육활동 참여율은 1회에 30분 이상, 1주일에 2회 이상 규칙적인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인구의 비율을 말한다. 국민생활체육조사 참여실태에 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체육활동 참여율은 2013년 45.5%에서 2019년 66.6%로 증가세를 이어오다가, 코로나가 창궐한 2020년은 60.1%로 소폭 감소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체육활동이 활성화되자,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찾는 중장년층 역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도한 운동, 쿠션 없는 신발 착용 등이 원인발바닥 통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발바닥 안쪽과 발바닥에 찌릿한 통증이 있다. 기상 직후 발을 처음 내디딜 때 찌릿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인데, 몇 걸음 걷고 나면 통증이 일부 호전되기도 한다.하이닥 정형외과 상담의사 김상범 원장(선수촌 병원)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의 운동을 하거나, 장거리 마라톤 혹은 조깅을 한 경우, 바닥이 딱딱한 장소에서 발바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운동을 한 경우, 과체중, 장시간 서 있기, 너무 딱딱하거나 쿠션이 없는 구두의 사용, 하이힐의 착용 등 족저근막에 비정상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조건에서 족저근막염이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발의 모양이 선적적으로 요족이거나 평발일 경우에도 족저근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족저근막염이 발생했다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해 질환을 방치하게 되면 발뒤축에 만성 통증이 생겨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걷는 자세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쳐 무릎이나 허리로 통증이 전이될 수 있다.
족저근막염 완화에 맨발 생활 또는 발끝이 수평인 운동화가 도움돼…족저근막염 발생이 잘못된 보행습관, 무리한 운동, 불편한 신발 착용 등 후천적이라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질환은 통증 조절을 위한 소염진통제나 주사요법, 체외충격파치료(eswt), 보조기 착용 등이 도움이 된다. 오래 걷거나 서 있는 활동을 줄이고, 신발 뒤꿈치에 부드러운 깔창을 까는 것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가장 효과적인 것은 발뒤꿈치 스트레칭 운동을 통해 아킬레스건과 족저근막을 늘려주는 것이다. 이타카 대학(ithaca college)의 패트릭 맥키온(patrick mckeon) 부교수는 "발바닥의 코어 근육 강화가 족저근막염 완화에 도움이 된다"라며, "발 근육의 코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맨발로 생활하는 것은 족저근막염뿐 아니라 발목염좌, 정강이 부목, 스트레스 골절, 건염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도 좋다.만약 맨발 생활이 힘들다면, 발끝이 올라가 있지 않은 신발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미국 하버드대(harvard college) 연구진과 독일 켐니츠 공과대학(tu-chemnitz)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화의 발끝이 많이 올라가 있는 운동화일수록 족저근막염 등 발 질환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발끝이 올라와 있는 구조를 '발가락 스프링'이라고 부르는데, 연구진은 '발가락 스프링'과 질환의 상관관계를 알고자 지면에서부터 운동화 발끝의 각도를 10도, 20도, 30도, 40도일 때를 각각 시뮬레이션 했다. 각각의 각도로 올라간 신발을 신고 보행 시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 즉 관절의 가용 범위를 측정했을 때, 맨발일 때보다 10도 올라간 신발을 신었을 때 발등 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29.42% 줄어들었다. 신발의 발끝이 올라갈수록 발등이 젖혀지는 각도가 줄어들어, 발끝이 40도 올라간 신발은 10도 올라간 신발보다 최대 15.92% 감소했다. 발끝이 올라간 신발일수록 발가락 관절을 덜 움직여도 된다는 의미이다. 발에 힘이 덜 들어가다 보니 발끝이 올라간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걸어도 비교적 덜 피곤하다. 하지만 발의 관절과 주변 근육을 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다. 결국, 발가락 근육은 늘어난 상태이고 발등의 힘줄은 수축한 상태로 유지되면, 족저근막염과 같은 족부 질환의 발생은 높아진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상범 원장 (선수촌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