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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야 할 설날, 가슴 '턱' 막힌다면?... '화병' 부르는 명절증후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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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 설날은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의 날'이기도 하다. 명절 전후로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르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흔히 '명절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증상들이 심해지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화병(火病)'으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명절 직후 겪는 일시적인 스트레스와 달리,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장기간 지속되는 화병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서초좋은의원)의 도움말을 통해 단순 스트레스와 화병의 차이점부터 구체적인 증상, 자가 진단법, 올바른 대처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일시적 스트레스와 달라… 2주 이상 증상 반복되면 '화병' 의심
명절 이후 일시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와 치료가 필요한 화병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아 며칠 정도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화병'은 억눌린 분노나 스트레스가 쌓여 감정과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병리적 상태다. 

유은정 원장은 "스트레스 증상과 화병을 구분하는 기준은 증상의 지속 기간, 신체 증상 동반 여부, 일상생활 영향도 등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스트레스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 강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일상생활도 유지되지만, 화병은 2주 이상 감정이 반복되면서 가슴 답답함, 얼굴 열감, 목 이물감, 소화불량 같은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절은 가족 간 역할 갈등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 쉽다. 유 원장은 "화병은 특정 사건이 이미 끝났는데도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과거 일을 반복해서 떠올리면서 억울함이나 분노가 계속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며 "일시적인 화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라면, 화병은 몸과 마음이 함께 긴장 상태에 오래 머무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억눌린 감정, 자율신경계 영향 주며 '신체 통증' 유발
화병 환자들은 흔히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다', '얼굴로 열이 확 오른다', '명치가 돌덩이를 얹은 듯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억눌린 감정이 뇌와 자율신경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는 실제 신체 반응이다. 

유은정 원장은 "분노나 억울함 같은 감정을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참으면, 뇌는 스트레스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인식해 교감신경을 계속 활성화시킨다"며 "이로 인해 근육이 긴장하고 혈관 반응이 변하며 위장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긴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목의 이물감, 안면 열감, 명치 통증 같은 실제 신체 증상이 고착화 된다. 유 원장은 "화병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라기보다는,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몸의 신호로 나타나는 신경생리적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해소하지 못한 '분노'가 특징… 방치 시 우울증으로 악화
화병은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제때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분노 증후군이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문화가 분노를 안으로 삭이게 만들어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에서도 'hwa-byung'이라는 한국식 표기를 사용해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등재했을 만큼 한국 특유의 정서적 배경이 강하다.

흔히 '한국형 우울증'으로 불리지만, 일반적인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는 결이 다르다. 우울증이 주로 에너지가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감정이 안으로 가라앉는 상태라면, 화병은 억눌린 분노나 억울함이 쌓여 안에서 계속 끓어오르는 '분노'가 특징이다.

유은정 원장은 "화병 환자들은 우울한 감정 외에도 가슴 답답함, 얼굴의 열감, 목의 이물감 등 신체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우울증은 의욕 감소, 무기력감, 죄책감 등 정서적 변화가 중심이 되고, 공황장애는 갑작스럽게 숨이 막히는 듯한 강한 불안이 왔다가 비교적 빠르게 가라앉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화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억눌린 감정과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뇌의 스트레스 조절 기능도 결국 고갈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처음에는 분노나 긴장으로 나타나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 무기력, 절망감 등 우울 증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실제로 화병 환자 중에는 처음엔 분노가 주를 이루다 나중에는 '화낼 힘조차 없다'고 할 정도로 정서적 소진(burnout)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참으면 병 된다"… 고혈압·심뇌혈관 질환 위험성 증가
많은 이들이 "시간이 약"이라며 참고 넘기려 하지만, 화병을 방치하면 마음의 병을 넘어 심각한 신체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화병 상태가 장기화되면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질환 같은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유은정 원장은 "억눌린 분노와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계속 자극한다"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유지되면서 혈압 상승, 혈관 염증 반응 증가, 심박수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나 고혈압이나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는 혈관 수축과 심장 부담을 가중시켜 동맥경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유 원장은 "감정을 무조건 참고 버티는 것은 인내가 아니라 몸 안에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축적하는 과정"이라며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와 몸을 함께 보호하는 건강한 대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화병은 참으면 생기는 병이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와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다루는 면담 치료를 병행한다. 이는 단순히 화를 가라앉히는 것을 넘어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맞춰 심신의 안정을 돕는다.

하지만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관리다. 명절 동안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한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갈등 상황에서는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억지로 맞추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라고 받아넘기는 여유도 필요하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명절을 진짜 명절답게 보내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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